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면서 개인적으로 유럽發 뉴스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저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미디어 채널들은 유럽의 강대국 소식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대국인 아닌 주변국가들에 정황에는 관심을 가지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저희가 인지하지 못했던 각국의 이해관계와 잠재된 정치/종교/외교 리스크에 대해서 많은 것을 학습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크리아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이, 국가 존망을 두고 위태한 줄다리기를 진행중인 한 동유럽의 변방국가에 대해 말씀드리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가개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Bosnia and Herzegovina: BiH, 이하 보스니아로 호칭)는 1992년 3월 1일 구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하였습니다. 미국 데이턴에서 미국의 중재 아래,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는 내전이 종식되고, (1)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2)스르프스카 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자치 지역으로 구성된 국가가 설립되었습니다.
보스니아는 무슬림 중심의 보스니아인(48%), 정교인 중심의 세르비아인(37%), 가톨릭 중심의 크로아티아인(14%)으로 구성된 3인의 순환 대통령제로 운영됩니다. 해당 3인이 8개월간 2회씩 순번제로 의장직을 수행하며, 해당 3인에 대한 임기는 4년입니다.
현재 세르비아계 위원 밀로라드 도딕(Milorad Dodik), 크라아이타계 위원 젤리코 콤쉬치(Zeljko Komsic), 보스니아계 위원 쉐픽 자페로비치(Šefik Džaferović) 세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불안한 ‘한지붕 세가족’의 동거 시스템은 27년동안 유지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는 행정 체제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 Canton system : 지방 주정부 (보건, 교육 등 관할)
- Canton Federation: 연방 자치 정부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BiH) : 보스니아계 및 크로아티아계(10개州)
- 스르프스카 공화국(RS) : 세르비아계 - State Level Policy : 국제기구/EU가 지정한 감독기구 ('High Representative'로 표명되는 고위대표 최종권한 행사)
고위대표('High Representative')라 함은 보스니아 전쟁을 끝내면서 체결된 ‘데이턴 평화협정’이행을 감독하기 위해 EU 회원국 정치인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는 직책입니다. 일종의 식민지의 총독을 연상시키는 고위대표는 법 제·개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전한 사회 구조로 인해, 아직까지도 EU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분쟁을 야기시키는 두가지 위협
① 세르비아계 분리주의 움직임
세르비아계 스르프스카 공화국은 보스니아 중앙정부와의 대부분의 관계를 끊고, 자신들의 민족적 토대가 되는 세르비아와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14일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밀로라드 도딕(Milorad Dodik)은 세르비아의 분리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② 크리아티계의 선거 보이콧 위협
보스니아인과 크로아티아인은 2022년 10월 총선을 앞두고 오랫동안 미루어온 선거제도 개혁을 어떤 형식으로 이행 것인지에 대해 첨예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개혁 노력이 실패하면 크로아티아인과 세르비아인이 투표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고위대표'였던 볼프강 페트리취는 이러한 보이콧이 실재 일어난다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가’는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세르비아 분리주의와 크로아티아 선거 보이콧을 뒤집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없다면 보스니아는 조만간 정치적으로 붕괴 위험이 크며, 잠재적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형태로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분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르비아계 분리주의 발화의 요인은?
1995년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세르비아계에 의한 보스니아계 주민 8천여명을 학살한 ‘스레브레니차 집단학살’은 전쟁 중에 자행된 최악의 제노사이드 중에 하나였습니다. 전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다수의 법원 판결에서 해당 사건은 대량학살로 특정 되었습니다. 여튼 세르비아계의 분리 움직임의 불시는 지난해 7월 발렌티 인츠코(Valentin Inzko) ‘보스니아 고위대표’가 과거 인종학살을 부정하는 행위를 금지시킨 형법 개정안 시행을 선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세르비안계인들은 인츠코가 제안한 법률에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집단 학살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름을 따서 상을 수여하거나 공공 물건을 명명하는 행위 등 강경 세르비안계들은 이러한 선동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스프르카공화국의 대표격 보스니아 공동대통령 도딕은 이후, 과거 고위 대표자들이 제정한 약 140개 법률의 대부분 또는 전체 준수를 중단하고 자체 군대, 국경 경찰, 세무 당국을 만들 것이라고 위협하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정치적 'Show' 였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2022년 2월 1일 보스니아 세르비아 대표들이 의회, 정부, 노사정 등 구성된 중앙 기관의 회의에 다시 참석할 것으로 허용하며 보이콧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크로아티아계의 선거 개혁 논쟁은 왜 일어났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적 크로아티아인들은 보스니아-크로아티아 연방(FBiH) 내에 별도의 크로아티아인 다수 선거구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크로아티아 정당은 지역 사회가 자신의 대표를 대통령과 상원 의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원합니다.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정계에서는 "회장직에는 이슬람교도 2명과 세르비아계 1명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크로아티아계가 소수이다 보니, 크로아티아인이 선출하지 않은 사람이 크로아티아계를 대표하는 현실을 말한 것입니다.
현 보스니아 유권자들의 실질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크로아티아계 공동대통령 젤리코 콤시치(Zeljko Komsic)도 "인종차별 정책에 기초한 선거법"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많은 크로아티아계 보스니아인들은 이미 심하게 분열된 국가에서 추가적인 분열이나 가능한 분리를 막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거 개혁 실패에 좌절한 크로아티아의 주요 정당은 세르비아계 도딕 공동대통령과 전술적 동맹을 맺어 많은 불만들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의 주요 정당이 선거를 놓고 다투고 있는 동안, 세르비아계 분리주의 위협을 효과적이고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보스니아를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포지션
보스니아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심각한 위기가, 더 이상 워싱턴, 뉴욕 또는 브뤼셀에 어떠한 심각한 경보도 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보스니아인들은 1990년대에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결정적으로 개입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강력한 움직임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은 2021년 9월에 특사로 매튜 팔머(Matthew Palmer) 파견하여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 사이에서 논쟁 중인 선거개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상대국과 협력했습니다. 한 달 후인 2021년 10월에는 데이튼 협정을 훼손하는 세르비아 지도자들을 제재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EU가 보스니아 EU가입에 대한 소극적 대응함으로써, EU가입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보스니아 내에서 EU에 대한 지지 여론도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인구의 85%가 EU 가입을 지지했으나, 2020년 보스니아 유럽통합청의 여론조사에서는 75%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미르 카피지치 사라예보대학 부교수는 세르비아계 분리를 주도하는 도딕 공동대통령도 애초에는 개혁주의자였으나 차츰 민족주의 성향을 강화하게 됐다고 합니다.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게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EU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불안을 벗어날 희망이 사그라들면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전쟁 위험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장애딕의 개인적 소회
보스니아가 처한 이러한 위기는 한 국가가 가진 정치적/제도적 취약성을 적날하게 보여줍니다. 이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장기 개혁을 위한 Room을 만들기 위해서, 단기적 타협안들을 시급하게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는 계속해서 분열을 향해 달려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이 쉽지, 현실에서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기는 정말 어려워 보입니다. 각자에게 명분을 주고 Calm down시켜야 하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외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득이 될수도, 독이 될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미친 불확실성의 국제 정세에서 소망컨데 제발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서로에게 더 이상 가해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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