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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히잡시위] 쿠르드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이 불러온 시민 운동

성장애딕 2022. 10. 5.

 

 

 

지난달 이란의 도덕 경찰은 테헤란을 방문한 22세 쿠르드족 이란인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를 머리카락 일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를 그녀를 체포해 재교육 수용소로 보냈고, 며칠 후 구금 중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가 경찰의 구타로 사망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란히잡시위

 

그녀의 죽음은 2009년 녹색 운동 이후 이란의 보수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위기를 느끼며 대응하고 있는 역사적인 시위를 촉발시켰습니다. 여러 외신과 이란 반관영 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시위로 인해 2,000명가량이 체포됐으며 사망자 수는 6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란 경찰 최고 지휘부는 성명을 내고 외부 적과 연계된 반혁명 분자들이 이번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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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은 시위에 대해 더욱 강경한 대응 방침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알리 하메네이(Ali Hosseini, 이란의 전직 대통령이자 현 라흐바르: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이란 정권은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등 더 이상 시위가 확산되지 않도록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Note: 이란은 명목상 삼권분립이 확립된 민주정이지만,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라흐바르)로서 삼권 위에 군림하여 정부가 통과시키는 어떠한 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 인준과 군사령관 임명권 등을 가지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및 라흐바르를 선출하는 율법 전문가 회의의 후보를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의 인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즉, 이란의 대통령도 하메네이가 승인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래서 그는 사실상 이란의 실제 통치자로 평가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란 히잡 시위의 함의

이번 이란 히잡 시위의 중심 슬로건은 "여성, 생명, 자유 (Jin, jian, azadit)"입니다. 이것은 1979년 혁명 운동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인 "빵, 일, 자유"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과거 1979년 입헌혁명은 러시아 혁명 운동에서 영감을 받은 공산당 노동당의 핵심 구호와 유사했습니다. 그러나, 어번 히잡 시위의 핵심은 여성의 신체적 자유 회복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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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을 넘어

 이 슬로건은 쿠르드 자유 운동에서 유래했으며, 이란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 중 하나인 쿠르드 지방에서 쿠르드 여성들의 풀뿌리 활동과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쿠르디스탄과 터키의 쿠르드족 여성들은 이 슬로건을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쿠르드 해방 운동의 지도자인 압둘라 외칼란(Abdullah Öcalan)은 과거 그의 연설에서 '여성은 기본적으로 역사상 최초의 포로이며 그들이 해방되지 않을 때까지 어떤 해방 운동도 사실상 실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의 히잡 순찰대에 의해 미사 아미니(Mahsa Amini)가 사망한 후, 이 슬로건이 입소문을 타고 전파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쿠르디스탄의 사케즈 시에서 열린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란 서부의 또 다른 주요 쿠르드족 도시인 사난다즈에서, 지금은 이란 전역에서, 심지어 전 세계에서 해당 슬로건의 외침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쿠르드족에 대한 해방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성들이 이란에서 이 혁명적 운동의 중심 무대를 차지했는지를 새삼 다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과거에도 여성의 권리가 중요했고, 다른 많은 혁명적 요구 중 하나였을 뿐이나, 이번에는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녹색운동의 연장선 (2009년)

이번 히잡 시위는 지난 44년 동안의 모든 사회정치적, 성별, 민족적, 종교적 고충과 고통의 연속이자 축적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사실, 2009년 녹색 운동의 연장선 상이라고 보입니다. 2009년 6월 젊고 아름답고 도전적인 여성인 네다 아가-솔탄(Neda Agha-Soltan)의 사망 현장이 찍힌 영상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고, 녹색 운동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네다 아가-솔탄네다 아가-솔탄네다 아가-솔탄, 녹색운동

 

2009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한 이란 녹색 운동도 특정한 이데올로기 없이 사회 부정의에 대한 시민들의 대규모 분노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었지만, 그녀의 죽음은 부정 선거 등 이란사회에 뿌리깊은 사회적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시위도 같은 맥락에서 한 무고한 여성의 사망이 도화선이 되었고, 국제 사회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없는 시민 운동

2009년 녹색 운동 당시, 정부가 운동 지도자인 Mir Hossein Mousavi, Mehdi Karroubi 등을 가택 연금하자마자 해당 시위는 거의 진압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이란 정부가 현재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대응책이나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시위의 중심을 구성하는 특정 인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부는 지난 며칠 동안 언론인과 잠재적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량 체포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는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나스린 소투데(Nasrin Sotoudeh)는 지난 10년 동안 의무적인 히잡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거나 법원에 소환된 많은 여성들을 대변한 인권 변호사입니다. 그녀는 최근 이 운동이 지도자가 없으며 이 혁명적인 행동을 하는 여성들에 의해서만 주도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시위의 참가자들이 하는 유일한 행동은 머리에서 히잡을 떼어내고 이란의 거리를 걷고 있는 것뿐입니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히잡을 벗은 채 거리를 행진하는 여성들 모두가 잠재적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정부를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말조차 하지 않으며 여성들은 그저 자신들의 자유를 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히잡 시위의 배경

 

세피데 라슈노 사건

올해 2022년 7월에는 28세의 세피데 라슈노(Sepideh Rashno)라는 여성이 버스에서 부적절한 옷차림으로 성희롱을 당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직후 체포되었습니다. 그녀는 작가이자 예술가였습니다.

 

그녀는 2022년 7월 12일 정부가 제정한 국가 히잡과 순결의 날을 도입한 후 체포된 여성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Ebrahim Raisi)이 집권 첫 달에 소개한 새로운 복장 규정 중 하나였습니다. 이 여성은 체포되었고 그 후 약 3주 동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세피데 라슈노는 어디에?"라는 해시태그가 온라인 상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세피데 라슈노세피데 라슈노

 

그리고 7월 30일, 정부는 고문당한 얼굴로 국영TV에 그녀를 데려왔고, 카메라 앞에 서게 했습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섰고 히잡을 썻어야 했다며 자신이 틀렸다고 고백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고 심리적 고문뿐만 아니라 육체적 고문도 겪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구금된 후 내부 출혈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시민들은 분노를 일으켰고,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 소식은 이미 존재했던 사회의 분노를 더 격화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경제적 위기

또한 이란 사회가 코로나 팬데믹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순간에 발발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국가에 대한 제재로 인해 많은 경제적 제약이 있었고, 이로 인해 이젠 계란조차도 사치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즉, 수백만의 이란인들은 이미 빈곤선 아래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Khuzestan Metropol에 있는 메트로폴 타워가 갑자기 무너졌을 때도 사람들은 뿌리깊은 국가 부패에 대해 재인식하게 되었을 겁니다.

Khuzestan Metropol에 있는 메트로폴 타워Khuzestan Metropol에 있는 메트로폴 타워

 

 

혁명적 시위의 지지자들

 

이란의 대중 음악가인 셰르빈 하지푸르(Shervin Hajipour)는 현 사태를 풍자하는 노래를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9월 29일 목요일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국은 이를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테헤란 주지사에 따르면 "폭동을 부채질한 유명 인사들에 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란의 축구 영웅 알리 카리미(Ali Karimi)도 최근 반정부 시위를 독려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200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 영입되어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던 전설적 존재이기에 그의 발언은 영향력이 클 것으로 간주됩니다.

 

https://twitter.com/i/status/1575574852546674690https://twitter.com/alikarimi_ak8/status/1574076531483312128?s=20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 예술가들은 노래할 겁니다. 셰르빈 하지푸르씨의 아래 곡을 한번 들어보시길 강추 드립니다. Because of my sister, your sister, our sisters.

 

트위터에서 즐기는 Hadi Nili

“Khamenei's security apparatus have arrested Shervin Hajipour after publishing this song; singing out ppl yearnings & grievances that they posted during #IranProtests for #MahsaAmini. The song made a hit w/ more than 40m views on @instagram in less than

twitter.com

 

넵. 앞으로 이란의 이번 히잡 시위가 어떤 국면으로 흘러갈지 지켜보도록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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